2022년 4월부터 퇴직금은 IRP 계좌로만 받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이걸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그래서 내 돈인데 내 마음대로 못 받는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해보니 이 구조가 오히려 퇴직금을 지키는 안전망이더군요. DB형·DC형 선택부터 임금피크제 대응, IRP와 ISA 활용법까지 제가 직접 공부하며 정리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퇴직금, 내 것인데 왜 이렇게 복잡할까
직장 생활을 오래 했어도 퇴직금 계산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퇴직 직전에 야근이나 특근을 몰아서 해서 평균임금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는 걸 동료들을 보면서 알았습니다. 실제로 퇴직 전 3개월 동안 특근을 집중적으로 몰아서 하다가 퇴사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방법이 사실상 막혔습니다.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야근·특근 자체가 줄었고, 회사 쪽에서도 취업규칙으로 퇴직 전 일정 기간의 초과 근무를 평균임금 산정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도 비슷합니다. 회사에서 DC형(확정기여형) 전환 안내가 왔을 때 "지금 DB형 유지하면 나중에 더 유리할 것 같은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DB형을 선택했는데, 이후에 임금피크제 문제를 알게 되면서 다시 검토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퇴직연금 제도는 크게 DB형(확정급여형, Defined Benefit)과 DC형(확정기여형, Defined Contribution) 두 가지로 나뉩니다. DB형이란 퇴직할 때 받을 급여가 사전에 정해진 방식으로,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과 근속연수를 곱해서 퇴직급여가 결정됩니다. 운용 책임은 회사가 집니다. 반면 DC형이란 회사가 매년 연봉의 일정 비율을 근로자의 개인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하고, 그 돈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어떤 금융상품을 고르느냐에 따라 최종 수령액이 달라집니다.
고용노동부 퇴직연금 안내 자료에 따르면 DB형은 임금 상승이 꾸준한 근로자에게, DC형은 임금이 정체되거나 임금피크제가 예정된 근로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입니다(출처: 고용노동부). 하지만 "어떤 게 무조건 좋다"는 말은 함정입니다. 본인의 상황을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 DB형(확정급여형):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 × 근속연수로 퇴직급여 산정, 운용 책임은 회사
- DC형(확정기여형): 회사가 매년 연봉의 1/12 이상 적립, 운용 책임은 근로자 본인
- 임금이 계속 오른다면 DB형이 유리, 임금피크제가 예정됐다면 DC형 전환 검토 필요
임금피크제 전에 손쓰지 않으면 퇴직금이 줄어듭니다
제 주변 선배 중에 임금피크제가 뭔지는 알았지만, 그게 퇴직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몰랐던 분이 있습니다. DB형을 유지한 채 임금피크 기간을 다 보내고 퇴사했는데, 정작 퇴직금 계산이 가장 많이 깎인 마지막 월급 기준으로 나왔습니다. 제가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그럼 수십 년 일한 게 마지막 월급 수준으로만 반영된다는 거잖아"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DB형에서 퇴직급여는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임금피크제(Salary Peak)란 일정 연령 이후 근로자의 임금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임금피크제로 연봉이 20~30% 깎인 상태에서 퇴사하면 그 낮아진 월급이 전체 근속기간의 퇴직급여 산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임금피크제 진입을 앞두고 있다면 반드시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회사에 임금피크 적용에 따른 퇴직급여 보전 규정이 있는지입니다. 일부 기업은 퇴직연금규약에 별도 보전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DB형을 DC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점이 언제인지입니다. 임금피크 시작 직전에 DC형으로 전환하면, 그 시점까지 쌓인 퇴직급여가 가장 높은 연봉 기준으로 확정되어 본인 DC 계좌에 꽂힙니다. 이후 임금이 줄더라도 이미 확정된 금액은 건드려지지 않습니다.
일반 퇴직금 제도(퇴직연금 미가입) 회사라면 임금피크제 진입 자체가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가 됩니다. 이 경우 최고 연봉일 때 중간정산을 신청하고, 그 금액을 IRP(개인형퇴직연금) 계좌로 이전하면 과세이연 혜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과세이연이란 세금을 당장 내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는 것을 말합니다. IRP로 받으면 퇴직소득세가 즉시 부과되지 않고, 이 세금으로 나갈 돈까지 포함된 원금 전체가 계좌 안에서 계속 굴러갑니다(출처: 국민연금공단 퇴직연금 안내).

IRP에 둬야 할 돈을 ISA로 옮기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퇴직금을 받고 나면 ISA 계좌로 일부를 옮기는 게 좋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ISA가 비과세 혜택이 있다는데, 퇴직금도 거기에 넣으면 더 절세되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공부해보니 이건 목적을 먼저 따지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IRP에 퇴직금이 들어오면 퇴직소득세가 바로 안 떼어집니다. 세금이 나중으로 미뤄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 55세 이후에 연금 형태로 수령하면 원래 냈어야 할 퇴직소득세에서 30~40%를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이게 IRP의 핵심 혜택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IRP를 중도에 깨고 현금으로 꺼내면 어떻게 될까요? 미뤄뒀던 퇴직소득세를 한꺼번에 납부해야 하고, 추가로 기타소득세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연간 2,000만 원 한도로 납입할 수 있고, 계좌 안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 최대 200만 원(서민형 400만 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됩니다. ISA는 원금 중도 인출도 자유롭고 국내 주식 직접 투자도 됩니다. 하지만 퇴직금 자체를 ISA에 직접 넣는 구조는 아닙니다. ISA는 퇴직금과는 별개의 절세 투자 계좌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퇴직금을 노후 자금으로 쓸 생각이라면 IRP에 그대로 두는 게 세금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입니다. 반면 몇 년 안에 집을 사거나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차피 중도 해지가 예정된 돈이니, 그 돈 중 일부를 ISA에 넣어 비과세 혜택을 활용하는 방식이 맞습니다. 그리고 ISA 만기 자금을 연금계좌나 IRP로 이전하면 추가 세제 혜택이 생기는 연계 구조도 있으니, 장기적인 노후 설계에서는 ISA와 IRP를 용도별로 나눠 활용하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한 가지 더, 개인적으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IRP로 퇴직연금을 착실히 쌓아도 국민연금 수령액이 달라지진 않지만, 고령화 사회가 깊어지면서 국민연금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솔직히 있습니다. 그래서 IRP·ISA·연금저축을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분산해서 관리하는 방향이 마음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퇴직금을 IRP 말고 일반 통장으로 받을 수는 없나요?
A. 2022년 4월 이후에는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만 55세 이상이거나 퇴직금이 3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만 예외가 인정되며, 그 외에는 반드시 IRP 계좌로만 수령해야 합니다. 회사가 일반 통장으로 지급하면 법 위반으로 벌금 처분을 받습니다.
Q. IRP를 깨지 않고 ISA 계좌도 함께 운용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IRP는 퇴직금을 그대로 두고 과세이연 혜택을 유지하면서, 별도로 여유 자금을 연 2,000만 원 한도 내에서 ISA에 추가 납입해 비과세 혜택을 누리는 방식이 오히려 효율적입니다. 두 계좌를 병행하는 것이 IRP를 해지하고 옮기는 것보다 세금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Q. 임금피크제 들어가기 전에 DC형으로 전환하면 불이익이 있지 않나요?
A.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할 때 불이익은 없습니다. 전환 시점까지의 퇴직금이 정산되어 내 DC 계좌에 쌓이고, 이후부터는 매년 연봉 기준으로 적립됩니다. 임금피크 이후 연봉이 줄어들더라도 이미 확보된 적립금은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타이밍만 잘 맞추면 불이익이 아닌 명백한 이득입니다.
Q. IRP 계좌에서 중간에 돈이 급하게 필요하면 일부만 꺼낼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IRP는 파산, 6개월 이상 요양 등 법정 특별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일부 인출이 불가능하며, 돈이 필요하면 계좌 전체를 해지해야 합니다. 해지하는 순간 그동안 미뤄둔 퇴직소득세와 운용 이익에 대한 세금이 한꺼번에 부과됩니다. 이 점 때문에 단기 자금 활용 계획이 있다면 ISA 병행 운용을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결론
퇴사 전 3개월 야근으로 퇴직금을 늘리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주52시간제 정착과 회사 내부 규정 강화로 그 방식은 사실상 사라졌고, 이제는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타이밍을 챙기는 사람이 퇴직금을 지킵니다. DB형이라면 임금피크 직전 DC형 전환이나 중간정산을 IRP로 받는 것이 핵심이고, 퇴직금의 장기 운용 목적이 명확하다면 IRP를 깨고 ISA로 옮기는 선택은 득보다 실이 큽니다.
제가 이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퇴직금이 노후를 버티는 실질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국민연금 하나에 기대기엔 고령화 사회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퇴직연금 제도가 정책적으로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큽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본인 회사의 퇴직연금 유형을 확인하고, 임금피크 시점이 언제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